Owners Story 2기 당선작 [서효진]
철부지 오빠의 비타민 랙
우리 오빠는 38살 노총각이다.
10살 차이가 그리 적지는 않지만, 같이 직장 다니는 사회인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애 취급한다. 오히려 내 눈엔 철딱서니 없는 오빠가 더 걱정이다.
집안 식구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튀는걸 좋아하고, 알아주는 사고뭉치였다. 스릴을
좋아해서 놀이공원의 각종 기구는 모~두 섭렵했고, 안 해본
종목이 없을 만큼 레포츠를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느닷없이 끌고 나타난 건 다름아닌 오토바이였다. 엄마는 이미 포기상태였고,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런데도 끝까지 타겠노라고 목청 높여
대들던 오빠가 솔직히 이해 하기 힘들었다. ‘저 위험한걸 굳이 부모님 반대까지 무릎서가며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많고 많은 취미 중에 오토바이라니…. 폭주족처럼 보이는
게 뭐가 좋다고... 엄청 위험 할 텐데…’라고 걱정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결국 식구들 모두의 뜻을 꺾고 그 것을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해 지난 후, 오빠가 30대 초반 무렵,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며
입사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더니, 최종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아침엔 평소답지 않은 긴장한 모습으로
발표를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한 오빠 모습이 흔치 않아서 내심 합격을 기원했는데, 저녁때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 분위기가 무거웠다. 부모님은 말없이 TV만 보시고 오빠는 방안 불을 다 끄고 침울해
하고 있었다.
“잘 안됐어? 아쉬워서 그래? 에이~! 뭘 그런 거 갖고 그래~!!!! 그 회사 간부들이 눈이 삔 거지~! 나가자~! 동생이 맥주 쏜다~!”
쳐진 오빠를 위로 한답시고 호탕하게 내지른 말에 오빠는 갑자기 “따라 나와 바람이나 쐬게” 하더니 헬멧을 던졌다.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 내보내기엔 상태가 걱정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그날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타봤다. 처음
출발할 땐 휘청거려 식은땀 나게 하더니 이내 안정이 되었는지 제법 잘 달리는 게 신기했다. 처음엔 겁이
나서 정신이 없더니 적응되니까 주변 풍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고,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한참을 달리더니
한강공원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벤치에 앉더니 오빠가 갑자기 외쳤다. “후아~!! 시원~하다~!” “이제 좀 후련해?”
“응! 니 말대로 나 차버린 회사가 손해지 모~! 어디 가서 나 같은 인재를 구하겠냐? ㅋㅋ 이 참에 나 장사나
해볼까?” 금새 밝아진 오빠
표정에 안심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거 꽤 재밌네? 저런
건 뭐라고 불러?”
“뭐? 랙?(오빠가 붙여준
별칭) 코멧250 네이키드~!
예전에 효성스즈끼라고~ S&T모터스란 회사껀데 국산이야~! 바람 쐬러 다니기 딱~! 좋아~!
쫌 높고 무겁긴 한데 이젠 뭐~ 내 맘대로 탈수 있어~!
근데 너 은근히 무겁더라?”
“뭐?” 오빠랑 밖에서
그렇게 투닥거리며 대화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한참을 수다 떨다
보니 오빠는 나름 ‘랙’을 입양하기 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었다. ‘2종 소형’이라는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와 안전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알바도 했었단다. 또 랙을 만나기 전까지 기종을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렸는데, 기본
수리랑 소모품 교체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이 녀석으로 낙점 되었다고 했다. “처음 탈 땐 잔고장이 많아서 속 썩이더니 이젠 제법 딴딴하게 잘 달려.”
얘기 하다 보니
우울했던 기분도 금새 털어버린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다시 오빠의 활기찬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게 다 ‘랙’덕분인
것 같아 녀석이 갑자기 맘에 들었다.
그 일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빠는 여전히 랙 얘기를 할 땐 눈이 반짝거리고 얼굴에 화색이 돈다. 참~! 랙은 그사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심장이 커졌다나 뭐라나? 250에서 650으로 바뀌었다며, 정확히는 랙2호라고
했다. 지금도 울적하거나 답답한 일 있으면 오빠는 랙과 함께 나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울적할 때 종종 동행시켜 준다는 것. 부모님은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지만, 오빠는 내가 따라나선 날은 평소보다 더 조심히 타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철부지 피터펜
같은 오빠여도 난 좋다. 그런 오빠한테 항상 비타민 같은 랙도 이젠 너무 마음에 든다. 항상 안전사고 조심하면서 오빠가 랙과 오래도록 즐거웠으면 좋겠다.
2013.07.25
Owners Story 2기 당선작 [서효진]
철부지 오빠의 비타민 랙
우리 오빠는 38살 노총각이다.
10살 차이가 그리 적지는 않지만, 같이 직장 다니는 사회인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애 취급한다. 오히려 내 눈엔 철딱서니 없는 오빠가 더 걱정이다.
집안 식구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튀는걸 좋아하고, 알아주는 사고뭉치였다. 스릴을
좋아해서 놀이공원의 각종 기구는 모~두 섭렵했고, 안 해본
종목이 없을 만큼 레포츠를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느닷없이 끌고 나타난 건 다름아닌 오토바이였다. 엄마는 이미 포기상태였고,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런데도 끝까지 타겠노라고 목청 높여
대들던 오빠가 솔직히 이해 하기 힘들었다. ‘저 위험한걸 굳이 부모님 반대까지 무릎서가며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많고 많은 취미 중에 오토바이라니…. 폭주족처럼 보이는
게 뭐가 좋다고... 엄청 위험 할 텐데…’라고 걱정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결국 식구들 모두의 뜻을 꺾고 그 것을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해 지난 후, 오빠가 30대 초반 무렵,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며
입사지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더니, 최종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아침엔 평소답지 않은 긴장한 모습으로
발표를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한 오빠 모습이 흔치 않아서 내심 합격을 기원했는데, 저녁때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 분위기가 무거웠다. 부모님은 말없이 TV만 보시고 오빠는 방안 불을 다 끄고 침울해
하고 있었다.
“잘 안됐어? 아쉬워서 그래? 에이~! 뭘 그런 거 갖고 그래~!!!! 그 회사 간부들이 눈이 삔 거지~! 나가자~! 동생이 맥주 쏜다~!”
쳐진 오빠를 위로 한답시고 호탕하게 내지른 말에 오빠는 갑자기 “따라 나와 바람이나 쐬게” 하더니 헬멧을 던졌다.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 내보내기엔 상태가 걱정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그날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타봤다. 처음
출발할 땐 휘청거려 식은땀 나게 하더니 이내 안정이 되었는지 제법 잘 달리는 게 신기했다. 처음엔 겁이
나서 정신이 없더니 적응되니까 주변 풍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고,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한참을 달리더니
한강공원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벤치에 앉더니 오빠가 갑자기 외쳤다. “후아~!! 시원~하다~!” “이제 좀 후련해?”
“응! 니 말대로 나 차버린 회사가 손해지 모~! 어디 가서 나 같은 인재를 구하겠냐? ㅋㅋ 이 참에 나 장사나
해볼까?” 금새 밝아진 오빠
표정에 안심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거 꽤 재밌네? 저런
건 뭐라고 불러?”
“뭐? 랙?(오빠가 붙여준
별칭) 코멧250 네이키드~!
예전에 효성스즈끼라고~ S&T모터스란 회사껀데 국산이야~! 바람 쐬러 다니기 딱~! 좋아~!
쫌 높고 무겁긴 한데 이젠 뭐~ 내 맘대로 탈수 있어~!
근데 너 은근히 무겁더라?”
“뭐?” 오빠랑 밖에서
그렇게 투닥거리며 대화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한참을 수다 떨다
보니 오빠는 나름 ‘랙’을 입양하기 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었다. ‘2종 소형’이라는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와 안전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프리랜서로 알바도 했었단다. 또 랙을 만나기 전까지 기종을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렸는데, 기본
수리랑 소모품 교체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이 녀석으로 낙점 되었다고 했다. “처음 탈 땐 잔고장이 많아서 속 썩이더니 이젠 제법 딴딴하게 잘 달려.”
얘기 하다 보니
우울했던 기분도 금새 털어버린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다시 오빠의 활기찬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게 다 ‘랙’덕분인
것 같아 녀석이 갑자기 맘에 들었다.
그 일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빠는 여전히 랙 얘기를 할 땐 눈이 반짝거리고 얼굴에 화색이 돈다. 참~! 랙은 그사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심장이 커졌다나 뭐라나? 250에서 650으로 바뀌었다며, 정확히는 랙2호라고
했다. 지금도 울적하거나 답답한 일 있으면 오빠는 랙과 함께 나선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울적할 때 종종 동행시켜 준다는 것. 부모님은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지만, 오빠는 내가 따라나선 날은 평소보다 더 조심히 타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철부지 피터펜
같은 오빠여도 난 좋다. 그런 오빠한테 항상 비타민 같은 랙도 이젠 너무 마음에 든다. 항상 안전사고 조심하면서 오빠가 랙과 오래도록 즐거웠으면 좋겠다.